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여경의 침구 맡에 편지 봉투 하나가 올라 있었다. 새빨간 딸기 스티커로 봉인되어. 여전히 불량식품 냄새가 풍겼다. 봉투를 뜯자 역시 같은 문장이었다.
[저의 보호자가 되어주세요. 기본수당 월 280.]
특정 메신저 앱 명칭과 아이디가 적힌 포스트잇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앱을 깔고 적힌 아이디를 검색했더니 빨간 딸기 모양이 찍힌 프로필이 떴다.
[안녕하세요. 주여경입니다.]
답은 곧장 왔다.
[안녕하세요 진해나입니다.]
[저를 어떻게 아시죠?]
[저는 주여경님을 잘 모릅니다. 그냥 여러 우연과 타이밍이 우리를 연결해줬습니다. 이 이상 자세한 건 설명도 어렵고 의미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주여경님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제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불편하시다면 다신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고요. 보호자가 되어 달라는데. 무슨 소리죠?]
[저는 현재 미성년입니다.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입니다. 역시 모든 사정을 말할 순 없지만, 부모님은 현재 저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저의 보호자 역할을 해줄 분을 찾고 있습니다.]
[왜 저죠?]
[반드시 주여경님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절하시면 다른 분을 찾으면 됩니다.]
여경은 특별히 본인이어야 하는 것이 아닌, 우연히 자신이 선택된 거라면 안심이라 생각했다.
[일은 요일 상관없이 평균 주 3일 업무를 진행하게 될 예정이며 업무 시간과 업무 내용은 일정하지 않습니다. 월급은 280이며 그 외 기타 수당은 따로 책정하겠습니다. 그전에 간단한 면접이 있습니다. 주여경님 역시 저를 거절하실 수 있습니다.]
[오케이 약속을 잡죠.]
[내일 행암동 사거리에 있는 카페 ‘프루스트’에서 2시에 뵙겠습니다. 약속 시간은 꼭 지켜주세요. 늦어지면 제가 상당히 곤란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