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행한 첫 번째 찍먹소설 <노량> 편은 어떠셨나요? 넉넉레터 구독자 **TJ 님께서는 "넉넉레터를 받아보고 소설 <노량>을 읽었어요. 덕분에 영화까지 세 배로 재밌게 볼 듯!"이라는 극찬을 남겨주셨어요. 덕분에 저도 뿌듯함이 세 배! 내일부터 기온이 다시 영하로 떨어진다는데 따듯한 주말을 보낼 수 있겠어요. 😘
이번엔 또 다른 신간으로 찾아왔습니다. 출간 전 국내 최대 콘텐츠 행사 콘텐츠 IP 마켓에 소개되어 드라마 제작사, 영화사, 웹툰사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작품! 알찬 연말을 보내게 해줄 신선도 100% 미스터리! <아라한의 버튼>을 소개합니다. 😎
“말이 다르잖아요. 불행을 준다며? 복수해준다며!”
지독한 증오가 아스라이 피어나는 한강변. 한 여자가 누군가에게 공허한 분노를 터트립니다. 앞에 선 수상한 남자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미소로 일관합니다. 목이 쉬어라 소리치던 그녀는 이내 절망한 듯 주저앉습니다.
“당신이 뭘 알아….”
그녀는 생각합니다.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자신의 절박함을 이렇게 내팽개쳐선 안 된다고. 이 모든 게 저 불길한 연꽃무늬 버튼 때문이라고.
그녀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이야기는 그녀가 버튼의 존재를 알게 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
촉망받는 신인 미술 작가 은휘는 오늘도 뚝섬한강공원 벤치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합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 쏟아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증오. 미술 업계에 대한 가십이 오르내리는 커뮤니티에 접속해 누군가를 향한 악플을 마구잡이로 적어댑니다.
“솔직히 요즘 몇몇은 왜 주목받는지 모르겠음. 특히 금희 작가 그림은 좀 유치해서.”
"'위버멘시'? 작품명만 그럴듯하고 작품은 싸구려인 듯…."
"올해의 작가상 전시 보고 왔는데 진짜 아마추어 같아요."
“그 작가 인성도 별로라던데. 가까운 지인한테 들었는데 항상 남을 깔본다더라고요.”
서늘한 강바람을 맞으면서도 30분이 넘도록 열중하던 은휘는 마지막 댓글을 올린 뒤에야 한숨을 내쉬며 일어섭니다. 그리고 마치 낙하를 결심한 사람처럼 아슬아슬하게 강가로 향합니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낯선 음성이 들려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지 않으냐? 다 알고 있느니라.”
#2
고개를 돌린 은휘의 눈앞엔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개량한복, 엉성하게 기른 장발, 이 두 특징과 도통 어울리지 않는 힙스터 헤드셋, 그런 주제에 멋은 부리고 싶었는지 손등에 새긴 연꽃 타투까지… 한마디로 광인처럼 보이는 남자.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연꽃무늬 버튼을 내밀자 은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습니다.
“왜 이러세요? 이 버튼이 뭔데요.” “재미있는 버튼이지. 네가 미워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3천만 원어치의 불행을 가져다준다. 눌러보지 않겠느냐?”
분명 허무맹랑한 말이었는데도 은휘는 동요합니다. 미워하는 사람의 불행. 오래도록 바라던 일이었죠. 그녀는 자신을 만년 2등에 머물게 하는 동료 작가 금희를 치열히 미워하는 중이었습니다.
고민하는 사이 3천만 원이라면 형편이 어려운 금희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은휘의 머릿속을 스칩니다. 마침 대한미술재단의 '올해의 작가상' 상금도 3천만 원이었으니 이 버튼을 누르면 금희를 제치고 1위를 거머쥘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학수고대가 정점에 달했을 때, 은휘는 소문 수집가인 나경에게 금희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왜인지 불안한 마음이 든 은휘. 나경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다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그게…. 얼마를 당한 건데?”
“3천.”
“3천?”
“뭘 그리 놀라. 금희가 이렇게 되길 바랐잖아. 근데 있잖아. 지난번에 말해줬던 버튼 이야기 진짜였나 보네. 네가 눌러서 이렇게 된 거야?”
#4
은휘의 불안은 한순간에 두려움으로 변합니다. 이건… 은휘가 원한 불행이 아니었으니까요. 아라한의 약속이 진짜이길 바라고 또 바랐지만 그것이 이런 식으로 실현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
지이잉-
패닉에 빠진 은휘를 조롱하듯 테이블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울리고, 은휘는 불길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누릅니다.
“이제 그만하자. 내 생각에 너는 다른 길을 찾는 게 좋겠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조언이다.”
전화가 끊기자 은휘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허겁지겁 대한미술재단 홈페이지를 검색합니다. ‘올해의 작가상 선정 발표’. 떨림이 감춰지지 않는 손으로 신규 공지를 열어 확인하고 말죠. 이번에도 역시 승리자는 자신이 아닌 금희라는 것을.
#5
은휘는 다급히 한강으로 향합니다. 도인 같은 아라한과 연꽃무늬 버튼을 찾아야 하니까요. 한강변에 다다른 은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휘둘러보며 염불을 외듯이 불안함을 뱉어냅니다. 당장 나타나, 당장, 당장!
그러자 한순간에 그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마치 찾아올 걸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게 말이 돼요? 전세사기 같은 거 관심 없으니까 결과 바꿔줘요!"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느냐? 그러면 한 번 더 눌러보겠느냐?”
아라한은 연꽃무늬 버튼을 다시 내밀며 보란 듯이 은휘를 조롱합니다. 은휘는 직감합니다. 이자는 마귀이고, 이 버튼이 모든 것의 원흉이라는 걸. 곧장 버튼을 낚아채 바닥에 내리꽂고 짓밟는 은휘. 하지만 아무리 짓밟아도 버튼은 부서지지 않습니다.
#6
휴대폰이 다시 울립니다. 발신자는 나경. 은휘가 분을 삭이며 전화를 받는데….
“내 말 들려? 다 끝났어! 여태껏 네가 한 XXX들, 누가 다 폭로했다고! 후보로 등재된 것도 XXXX라며? 영구제명 조치해야 한다고 난리야. 너 진짜 큰일 났어!”
은휘는 요동치던 심장이 차게 식는 걸 느낍니다. 의식하지 않으려 애써온 자신의 죄를 불현듯 마주한 탓이죠. 그렇게 고개를 내리는 순간 버튼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를 보게 됩니다. 그제야 알아차립니다. 자신을 지옥에 빠트린 버튼의 이름이 KARMA, 즉 업보라는 것을. 그리고 깨닫습니다. 결국 찾아올 불행이 찾아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라한.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은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합니다.
“인간이란 미련한 미움 속에 갇힌 괴물이지. 나를 만난 네 모든 기억은 이제 지워지니라. 너에게는 네가 저지른 업보만 남는 것이야.”
힙스터(?) 도인 아라한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은휘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왔기에 이토록 지독한 업보를 받은 걸까요? 누군가를 미워할 마음이 싹~ 사라지는 이야기, <아라한의 버튼>에서 확인하세요!
역사학자 심용환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에 소개된 역사소설! 이순신 최후의 해전 <노량: 최후의 바다> 출간을 기념해 '이순신 해전 3부작' 펀딩을 준비했습니다. 명량해전의 기적 같은 승리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베스트셀러 <명량>을 합본으로 복간하고 <한산>, <노량>을 세트로 묶어 제작할 예정이에요. 후원자님들께는 이순신 장군의 용기와 기백을 담은 '2024 필사즉생 북마크'까지 제공해드립니다. 같은 역사를 다룬 영화 <노량>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 먼저 '이순신 해전 3부작'을 만나보세요!
지난달 말, 저희는 국내 최대 IP 행사 콘텐츠 IP 마켓 2023에 참가했습니다. 각종 콘텐츠 기업은 물론 다분야의 IP 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고즈넉이엔티의 신간들을 소개했어요. 정말 많은 관계자들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작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를 비롯해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카페 네버랜드> 등 참신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에 홀딱 반했다는 건 안 비밀! 특히 오늘 소개해드린 <아라한의 버튼>은 행사 당시 출간 전이었음에도 정말 뜨거운 관심을 받았어요.🥰
넉넉 코멘트
복수를 해주는 버튼이라니.🤬 지금 눈앞에 버튼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다행히도 3천만 원짜리 복수를 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네요. 독자님들은 어떠신가요? 버튼 누르시겠어요? 날이 추운 연말인데 따순 마음으로 못 본 척, 괜찮은 척 용서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IP 마켓에서 많은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은 작품! 저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남몰래 미워하는 사람이 있겠죠? 하지만 증오심은 결국 제 내면만 갉아먹는 것 같더라고요. 그 사람의 불행을 바라기보다 내 삶을 더 멋지게 가꿔가는 것이 진정한 복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통쾌한 복수만이 ‘사이다’로 각광받는 시대에 많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독자님!
오늘의 두드림은 어떠셨나요?
다음 넉넉레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금요일에 발행될 예정이에요.🎄 2023년 한 해 동안 고즈넉이엔티가 새겨온 발자국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2023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음 주에 알려드릴게요!😊
이번 찍먹소설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남겨주세요. 저희나 작가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보셔도 좋아요! 여러분의 피드백은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