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 넉넉(Knock Knock)레터 김피디입니다.
어느덧 여름의 한 토막을 지나는 요즘, 위에서 물을 붓는 듯 흐르는 땀들을 닦으면 부쩍 ‘여름스러운 것’들이 떠오릅니다. 어머니가 투박한 식칼로 서걱 썰어주시던 수박 한 덩이. 푸른 하늘보다 더 푸르른 바다. 한여름의 배경 음악이 돼주는 매미 울음. 더위가 한풀 꺾인 밤, 초록을 머금은 가로수길을 거닐 때 나는 여름밤 냄새……. 여러분들에게도 저마다의 ‘여름스러운 것’이 있겠죠. 그런데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무서운 이야기지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여름에는 특히나 공포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갑자기 휙 튀어나와 놀래키거나, 기괴하고 흉측한 외양이 주는 무서움보다 오싹한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키며 소름이 오소소 돋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요. 오늘 준비한 두드림도 마침 그런 이야기라 같은 취향을 가진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이번 넉넉레터에서는 동화 『빨간 모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스터리 스릴러, 『빨간 모자』를 소개합니다. |
“찾았다.” 현미는 할머니가 손짓하는 곳으로 갔다. 저수지 가장자리 나무 아래 풀숲에, 거기에 덕구가 있었다.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털도 그대로였고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다. 옆으로 누워 가만히 잠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덕구는 죽었고 서서히 납작해져가고 있었다. 털 안쪽에서는 무슨 일인가가 진행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죽은 것 같다.” 그 말뿐이었다. 어떤 애도의 시간도 없었다. 할머니는 덕구를 집어 들어 성큼성큼 걷더니 저수지로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현미를 돌아보았다. 잘 봤니?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그건 일종의 경고였다. 멀쩡한 개가 갑자기 죽었을 리가 없다. 현미에게 보여주려고 죽인 것이다. 너도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서 저 물속으로 던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새 개를 구해줄게.” 현미는 그 집을 나가지 못했다. - 『빨간 모자』 중에서 |
동화의 씨앗에서 무엇이 자라날까
동화는 대개 어린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로, 어린아이들이 읽을 만한 내용과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그림과 귀여운 말투로 위장한 동화를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오싹할 때가 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같은 경우는 아름답고 멋진 과자집에 가려졌지만, 남매의 부모는 자식들을 버렸고, 마녀는 식인을 위해 아이들은 납치하며, 아이들은 마녀를 불태워 죽입니다. 『신데렐라』에서는 아동학대가 빈번하며, 신데렐라의 언니들은 맞지 않는 유리구두에 발을 넣기 위해 발가락과 뒤꿈치를 자르죠. 교훈과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전하기 위해 어른들이 숨긴 동화의 이면엔 늘 끔찍하고 오싹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른이 된 뒤에 다시 읽는 동화는 어쩐지 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
동화는 모두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곤 합니다.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매체로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는 대개 원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뛰어놀지만, 때로는 영화 『장화, 홍련』처럼 익숙한 가면을 벗기도 하는데요. 처음에는 우리가 잘 아는 친숙한 모습으로 접근했다가, 이윽고 속에 품은 자신만의 무기를 꺼내 드는 각색 작품들. 원작이 유명한 만큼 때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하지만, 잘만 만들어지면 원작이 지닌 힘에 더해진 고유의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곤 합니다.
김지연 작가님의 장편 소설 『빨간 모자』도 그렇습니다. 갑작스러운 산불로 할머니와 손자가 죽고, 손녀만 살아남는 화재 사건, 유일한 생존자인 민주가 실은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죽인 게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저 할머니가 내가 아는 할머니가 맞는가?’라는 동화의 중심 소재를 참신하게 가져와 전개되는 소설은 점차 진행될수록 ‘내가 알던 진실이 정말 진실일까?’라는 의문으로 확장되며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결말을 마주할 때까지 경계를 늦출 수 없이 숨 막히게 풀어내는 절묘한 미스터리는 이 여름, 소름 돋는 스릴러의 진수를 전해줄 거예요. 인간의 욕망을 날것으로 드러낸 또 한 편의 소설 『시스터』는 육아 예능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아 스타가 된 어린 주인공과 그 언니를 통해, 영악한 어른들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잔혹 동화와는 또 다른 결에서 『빨간 모자』와 공통점이 있어서 오늘 함께하면 좋은 두드림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두 작품 모두 작가님들의 첫 장편소설이자 고즈넉이엔티의 스릴러 브랜드 ‘케이스릴러’ 를 통해 선보였는데요, 케이스릴러는 고즈넉에서 영미권과 유럽, 일본 스릴러 소설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도 경쟁력 있는 장르문학 작가와 스릴러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야심 차게 준비한 브랜드입니다. 매해 시즌제로 열 권씩 케이스릴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고, 현재까지 서른 권의 케이스릴러 작품이 출간됐어요. 그 첫 번째 시즌의 첫 작품이 바로 『시스터』이며, 마지막 열 번째 작품이 『빨간 모자』입니다. 최근 『빨간 모자』의 김지연 작가님과 『시스터』의 이두온 작가님이 예스24에서 선정한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셨는데요. 케이스릴러를 통해 첫 발자국을 내디딘 작가님들이 동시에 회자되는 모습이 저로서도 참 뜻깊고 운명적이라 느껴졌어요. 케이스릴러를 대표하는 두 작품, 아직까지 못 보셨다면 함께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이번 넉넉레터에서는 『빨간 모자』에 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 사회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이 작품은 늑대만큼 무서운 인간의 악함을 첨예하게 그려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잠들지 못하는 열대야의 밤, 활짝 연 창문으로 스미는 옅은 모기향을 맡으며 오싹한 스릴러 한 권 읽어보시는 것 어떠세요? |
독자님! 오늘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넉넉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FEEDBACK을 통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피드백을 주신 독자분께 추첨을 통해 저희가 마련한 선물을 보내드리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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