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이 형님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 줄게.”
승현은 내 총을 빼앗아 표적지를 가리켰다.
“넌 기대치가 너무 높아. 사격으로 예를 들면, 10점을 쏘면 가장 좋겠지만 9점이라고 해서 못 쏜 건 아니지. 8점도 만족할 만해. 근데 넌 10점을 못 맞추면 스트레스를 받아. 10점짜리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7, 8점짜리도 만족할 만한 행복인데도.”
“그러는 넌, 기준치가 몇인데?”
승현은 성의 없이 조준하고 격발했다. BB탄은 표적지의 끄트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전자 기계가 ‘제로!’라고 외쳤다.
“어휴, 진짜 허세하고는.”

-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중에서

  불행을 자처하는 청소년들

여러분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제게 청소년기는 어렵게 행복해하고, 쉽게 불행해지던 시기였어요. 물론 행복한 일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행복한 기억보다 불행한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고민투성이였는데, 그때는 그런 것들을 조금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했어요. 여느 청소년처럼 ‘자아 중심성(자신에게 강하게 몰두해 주관과 객관을 분간하지 못하는 경향)’에 갇혀 있던 아이였거든요. 스스로 불행하다고 단정하며 사춘기를 길고 깊게 겪은 거죠.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의 주인공 정물은 자아 중심적 사고에 누구보다도 깊이 빠진 고등학생입니다. 남의 조언은 듣지도 않고 매일같이 스스로 불행하다 여기는 아이예요. 그런데 정물의 불행은 조금 특별합니다. 단순히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탓이 아니거든요. 정물은 온갖 불행을 사방에서 목격합니다. '요정이 그려진 동전'🧚으로 나타나는 불행의 모습을요. 불행해질 때면 어김없이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전이 우수수 떨어지는 탓에 다른 이들보다 선명하게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불행의 이유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명저 『안나 카레니나』(1878)의 첫 문장입니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으로 꼽히는 데다가, 무수한 오마주를 만들어낸 문장이죠.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비틀어서 생각하곤 해요. “행복한 청소년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청소년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요. 비단 과거의 저나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의 정물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불행을 품고 사니까요.
정물은 불행을 보는 능력을 얻은 것도 모자라, 세상의 비밀까지 알게 됩니다. 고3 수험 생활과 부모의 이혼을 앞둔 어느 날 어딘가 수상한 카일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말해줬거든요. 모든 사람은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도록 ‘데칼코마니’로 짝지어져 있고, 한 사람이 행복해지면 그와 연결된 데칼코마니가 불행해진다는 것을요. 정물은 자신이 그토록 불행한 이유가 자신의 데칼코마니가 넘치도록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자, 절박한 마음에 데칼코마니인 미화를 찾아가지만 무엇도 얻지 못합니다. 카일의 말과 달리 미화 또한 그다지 행복한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미화 역시 정물과 이유는 다르지만 선명한 불행을 겪고 있었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함께 찾아가는 행복의 조각들

어쩌면 우리가 청소년기에 겪은 불행은 꽤 객관적인지도 모릅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에서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한국 중고등학생의 삶의 만족도는 6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합니다. 또 다른 기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근 10년간 OECD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청소년기를 겪은 시기보다 환경 면에서 모든 게 나아졌지만 실상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은 조금도 커지지 않은 셈이죠. 오히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이 더욱 많아졌을 뿐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요?
데칼코마니인 정물과 미화는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마음을 모읍니다. 불행에 빠진 또래들을 만나 그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불행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불행한 이유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아가려 하죠. 아픈 엄마를 모시며 집안을 책임지는 아이,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 꿈 앞에서 불안에 떠는 아이, 공부에 대한 강박에 휩싸인 아이, 신념이 부서지자 일탈을 일삼는 아이, 삶을 비관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아이 등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이들을 만나며 행복과 불행에 대해 조금씩 헤아려갑니다.
과연 각각의 사연이 있는 아이들은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데칼코마니로 짝지어진 정물과 미화는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불행을 파는 대신 원하는 행복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있다면?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비가 오면 열리는 ‘장마상점’에 초대된 여고생 세린이 안내묘 잇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도깨비들과 함께 펼치는 감동 모험 판타지입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행복과 불행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영어덜트 판타지라는 점에서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와 닮은 소설이에요. 정물과 미화의 불행과 행복을 보면서 장마상점에 초대된 아이들이 떠올랐는데요,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을 보신 독자분이라면 데칼코마니 이야기도 분명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아참, 곧 장마상점만큼이나 따듯한 사연이 모여들고 그보다 더 유쾌하게 들썩이는 또 다른 가게, ‘카페 네버랜드’가 오픈합니다. 다음 주 넉넉레터에서 소개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