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 넉넉(Knock Knock)레터 박 피디입니다.
프랑스의 다양한 건축물 중, 파리 몽마르트에 있는 ‘Moulin Rouge’는 ‘빨간 풍차’를 의미하는 카바레입니다. 프랑스 근대 유흥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오늘날까지 많은 파리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명소로 꼽히고 있죠. 옥상에 있는 아름답고 웅장한 풍차 장식은 후기 인상파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 소재가 되기도 했어요.
이 아름답고 고요한 물랭루주 앞에서 최근 큰 소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앳된 동양계 여성이 정체불명의 흰 가루를 거리에 흩뿌리다가 프랑스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되었다고 해요. 이 여성은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아 기절한 뒤 병원에 실려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뱉은 한마디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
프랑스 물랭루주 앞에서 그녀가 체포된 사연은 무엇일까요? 오늘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가을에 보내는 다정한 위로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입니다.
|
|
|
끝이자 새로운 시작, 물랭루주
어느 날인가 내가 윤에게 말했다.
“전 남들처럼 살아보는 게 꿈이에요.”
윤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남들처럼 사는 건 꿈이라고 할 수 없어. 너답게 사는 게 꿈이지.”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것이 일찍 메말라버린 사람도 있고, 여전히 출렁이는 사람도 있다.
지리멸렬한 생은 여전히 내 앞에 서 있다. 수많은 의심을 토해내고 나를 뒤흔든다. 하지만 더는 울지 않은 채, 나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 듯했다. 옥상의 풍차가 또다시 기이억, 기억, 소리를 냈다.
나는 오늘도 물랭루주에 있다.
-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 중에서 |
|
|
주인공 도희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술주정뱅이 아빠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척하며 결국 배신하고 떠난 친구 사이에서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외모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덕분에 머물 곳조차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죠. 반면, 물랭루주에서 만난 윤은 큰 키에 수수한 외모를 갖고 있으며 소박하고 편안한 술집도 소유하고 있어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캉캉 춤을 추는 모습은 홀릴 듯 아름답죠.
그래서인지, 자신의 치부를 당당하게 내보이고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윤의 모습이 도희에게는 새롭고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거예요. 윤 또한 도희처럼 불완전했고, 별처럼 먼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죠. 완벽하고 모자람 없어 보이던 윤도 결국 도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또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자 마음먹은 것도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나와 비슷한 아픔을 지니고 있고 극복하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이 서로 너무 닮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을 테니까요. |
|
|
먹고살기 바빴던 도희에게 어느덧 꿈은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당장 돈이 급한데 꿈을 꾼다는 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요. 어느 날 갑자기 떠나보낸 엄마를 위해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겠다던 그 굳건한 꿈은 차가운 현실의 바람 앞에 서서히 희미해져갔습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들어간 물랭루주에서 그 무엇보다 꿈을 가장 사랑하는 윤을 만나요.
윤은 하루에 두 번 무대에 올라 캉캉 춤을 춰요. 손님이 있든 없든 그 얼마 되지 않는 손님들이 그 춤을 반기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에요. 윤에게 프랑스 파리의 댄서가 되겠다는 꿈은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호흡이었습니다. 자신과 달리 악착같이 꿈에 매달리는 윤에게 알 수 없는 질투를 느낀 도희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어요. ‘사람들이 다 사장님을 불쌍하게 봐요. 사장님이 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줄 아시죠? 그건 모두 야유였어요!’
하지만 윤은 도희에게 끊임없이 꿈을 붙잡으라고 말합니다. 윤은 알았으니까요. 꿈을 꾸는 것이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지는 못하겠지만 현실의 냉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윤은 갈갈이 찢어진 도희의 드레스 스케치를 주워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합니다.
도희가 윤을 만나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세상으로 향하는 새로운 날갯짓을 배우는 과정은 눈물 겹도록 애틋합니다. 아픔을 가진 자들의 연대와 찬란한 성장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높은 온도의 불씨를 틔워요. 꿈을 꾸는 자를 사랑하고, 또 자신의 꿈을 사랑하게 되는 윤과 도희의 따듯한 위로를 여러분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
|
|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을 리메이크한 2020년 개봉작 <작은 아씨들>은 각자의 꿈을 품고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네 자매의 우애와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 둘째 ‘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지만, 여성의 역할이 극히 제한되어 있던 시기에 여성이 집안 살림이 아닌 문학을 가까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곁에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언니 동생들 덕분에 망설임 없이 반짝이는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딛죠.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 속 윤을 보면서 <작은 아씨들>의 조가 떠올랐어요. 두 사람은 꿈을 꿀 때 가장 가슴이 뛴다는 것, 꿈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얼마든지 극복할 용기가 있다는 것이 닮아 있었으니까요. |
|
|
네 자매가 보여주는 깊은 우애는 윤, 김, 도희를 떠올리게 합니다. 물랭루주 속 세 사람은 마음속에 비슷한 아픔을 지닌 채 서로를 친자매처럼 의지하고 보듬어요. 그 온기는 곧 세 사람이 모두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가 됩니다. |
|
|
오늘 소개해드린 이야기는 『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입니다.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들로 쓰인 소설은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이는 작고 힘찬 위로가 됩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도희가 물랭루주 그리고 윤과 김을 만나 또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은, 고단한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잠시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소박한 테이블과 사람의 온기, 윤의 반짝이는 꿈이 펼쳐지는 무대가 있는 물랭루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
|
10월 넷째 주
고즈넉이엔티 주간 소식을 전합니다 |
|
|
📜특별 연재 소식📜
어느 날 별안간 주부의 능력을 발견해버린 청년, 운몽의 이야기 『청년 주부 구운몽』 특별 이야기가 공개됩니다. 운몽이는 어떻게 주부 9단이 되었나? 운몽이 들려주는 '운몽이의 생활 레시피'가 고즈넉이엔티 포스트에서 주간 연재된다고 해요. 맛있는 음식 레시피부터 생활 꿀팁까지, 궁금하다면 놀러오세요! |
|
|
📪넉넉레터 휴재 소식📪
여러분들과 나누는 편지 한 통, 넉넉레터가 다가오는 한 주를 쉬어갑니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로 채워나가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에요. 더 나은 모습으로 여러분의 메일함을 찾아갈 넉넉레터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
|
독자님!
오늘의 두드림은 어떠셨나요?
넉넉레터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
|
넉넉레터 KnockKnock@gozknock.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