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 넉넉(Knock Knock)레터 박피디입니다.
최근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소 잃기 전 외양간 보수하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보완하려고 체육관에 나가고 있어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확실히 일상에 생기가 도는 게 느껴져요.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기고,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들도 눈에 담습니다.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만나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주말에는 가까운 곳에 나들이도 간답니다.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알록달록한 일상의 소중함을 만끽하고 있는 날들이에요.
이런 세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평범한 일상은 사라지고,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최대 목적인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식량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세상의 이야기
넉넉레터 열네 번째 이야기 『베이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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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세계는 식량 전쟁에 휩싸였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기상이변으로 농작지가 사라지고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 금지를 선언한 것이 도화선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국지적 충돌이 수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 물리적 사망자는 공식 통계로 백만 명이 조금 넘었지만 오랜 시간 수십억 명의 사람이 굶주렸다.
전쟁이 끝난 후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은 다국적기업들의 소유가 되었다. 분쟁을 종식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협약이 시초였다. 알파콘은 그때 태어났다. 종자명 AT357811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던 옥수수의 모든 품종은 베이츠의 소유가 되었고, 유전공학의 힘으로 완벽한 영양을 갖춘 단 하나의 알파콘으로 거듭났다. 기상이변과 병충해에 강하고 알곡이 튼튼하고 생산량을 극대화한 품종이었다.
- 『베이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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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디스토피아의 세계
소설 『베이츠』는 식량 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식량을 생산해낼 땅이 없는 인류는 기아로 고통받고, 이익에 눈먼 기업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식량 자원을 독점하고 주머니를 두둑이 불리죠. 인류는 거대한 부를 손에 쥔 계급과 아무것도 없이 그저 지난하기만 한 날들을 견디고 있는 계급으로 양극화됩니다. 구름에 닿을 듯 치솟은 빌딩 사이를 유유히 떠다니는 자동차를 탄 사람들 아래는 대조적으로 센서가 달린 신발을 신고 묵묵히 걸음 수를 채워 돈을 버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참으로 절망스러운 세상인 거죠.
소설 『베이츠』의 세계는 디스토피아와 아포칼립스 그 어딘가를 표류하고 있는 듯합니다. 수백만이 사망하고 수십억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세계는 아비규환으로 뒤덮인 아포칼립스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리자와 피관리자로 이분되어 굴러가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상위의 소수가 그 아래 대다수를 관리하는 강력한 피라미드 형태를 유지하고 있죠.
디스토피아 세계관은 그것의 무자비하고,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이 아닌, 현실과 가장 닮아 있는 모습을 통해 비로소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됩니다. 먼 나라 얘기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일처럼 와닿게 하는 것이 더 큰 충격을 안겨줄 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베이츠』는 잘 정제된 디스토피아 세계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 생생한 절망을 안겨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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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 너머의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그것이 논리적으로 정확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최첨단의 과학이 발달한 시대를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청소를 대신해주는 기계, 혹은 장기를 이식받아 생명을 연장하는 일 등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한때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먼 미래와 상상의 범위였습니다. 이러한 상상 중 상당수는 현실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 세계의 과학은 너무나 맹렬하고 가파르게 발전해왔죠.
소설 『베이츠』를 관통하는 개념은 유전공학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유전공학의 첨예한 발전일 수도 있고요. 모든 옥수수 종자를 합쳐 개발해낸 슈퍼 옥수수 알파콘은 현대 유전공학의 총아라 불릴 만큼 현존하는 모든 유전공학 기술을 접목해놓은 결정체입니다. 주인공 태오가 알파콘을 생산하는 기업 베이츠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마주하는 장애물들뿐만 아니라 베이츠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탄생시킨 결과물들이기도 하죠. 소설은 과학 발전의 끝, 그리고 그 세계를 마주한 우리가 지녀야 할 도덕적 관념에 대해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고 있어요.
최첨단을 달리는 과학의 발전 속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이 이쯤 되면 가능한 모든 형태로 구현되었을 법하고, 또 웬만한 상상은 이미 이론으로 증명되거나 신기술로 개발되었을 법한데, 『베이츠』는 여전히 그 너머에 도달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죠.
너무나 유명한 문구가 떠오르네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소설 『베이츠』는 누구의 머릿속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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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던 것처럼, 디스토피아의 세계란 현실과 닮아 있을수록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막연한 가상 세계가 아닌 지금 나의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장치를 가장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국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입니다. 드라마는 시즌마다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작년 시즌 6 제작 확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고위층 일부를 제외한 모든 여성이 국가에 소속된 시녀가 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자유는 박탈되고 여성들은 모두 임신만을 목적으로 존재하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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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똑같은 일상을 살던 여자들이 하루아침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모자를 쓰고 어딘가에 갇혀버리는 장면이 주는 충격은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과연 인간의 잔혹한 상상의 끝은 어디일까 자문하게 되는 드라마였어요.
개인적으로도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활용한 작품들을 즐겨 보는 편입니다. 절망과 좌절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을 담고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요. 동일한 상황에 놓였지만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깊숙이 살펴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죠.
『베이츠』는 이러한 요소를 잘 갖추고 있어서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 『베이츠』가 영상화된다는 소식도 언젠가 들을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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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넉넉레터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 선정작, 이아타 작가 『베이츠』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식량 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은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힘 있게 흐르는 이야기 전개로 몰입감을 높입니다. 주인공 태오와 동생 지오가 담아내고 있는 다정한 형제애도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대비되어 더욱 빛나는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한때 "한국은 SF 불모지"란 말이 있을 정도로 SF 장르에 대한 장벽이 있었죠. 하지만, 이번 작품을 담당하면서 재미와 대중성 측면에서 SF 소설의 도약을 목격한 것 같아 내내 설레는 마음입니다. SF 소설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독자분이라면 이번 기회에 『베이츠』로 입문하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읽으면서 느꼈던 세찬 파도 같은 감정들을 여러분들 마음에도 품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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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오늘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넉넉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FEEDBACK을 통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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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벤트 소식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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