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 넉넉(Knock Knock)레터 김피디입니다.
지난 주말, 하늘이 어찌나 푸르던지 이런 날에 집에 가만히 있는 건 범죄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읽고 싶은 책을 챙기고, 좋아하는 음악을 고른 다음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하늘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죠.
별달리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행복한 하루였어요. 요 며칠 제가 여유가 있을 때마다 늘 하늘이 흐렸던 탓에 그런 하루가 고팠거든요. 가만히 있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하늘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이요.
생각해보면 그런 단순한 선택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원하는 날씨가 때맞춰 찾아오는 것도 참 축복 같습니다. 미세먼지다 황사다 뭐다 해서 워낙 하늘을 가리는 것들이 많아 예전보다 푸른 하늘을 보기가 더 힘들어졌잖아요.
지금도 이런데, 만약 1년 중 대부분을 회색 하늘을 보며 지내야 하는 세상이 찾아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콱 막힙니다.
이번 열여섯 번째 넉넉레터에서 들려드릴 이야기는
기상 이변으로 엉망이 된 세상에 등장한 AI 공간, 『디타람브』입니다.
|
|
|
가장 안전한 세상에 감춰진
가장 위험한 비밀들 |
|
|
미국과 유럽은 40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와 산불로 고통을 받는 와중에 남미 칠레에서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7월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의 최고봉 마르몰라다에서 발생한 세락(serac) 붕괴 사고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해발 3천미터의 기온이 12도를 웃돌았는데요. 이맘때쯤 기온은 영하권을 맴도는 게 보통입니다.
기후 위기를 언급하는 뉴스가 시도 때도 없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웠다.
모든 게 말라 죽거나 물에 휩쓸려 사라졌고, 식량도 마찬가지였다. 각국은 자국의 식량과 비료에 수출 제한을 걸었다. 내전이 벌어지는 나라가 늘어났고, 대공황으로 나라 간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상 공간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자는 계획이 등장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거나 대체육을 비롯해 최소한 식량수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가상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는 거였다. 전쟁을 벌여 피를 흘리는 것보다 나았기에 많은 이들이 가상 공간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그 가상 공간이 디타람브였다.
디타람브는 가상 공간을 뜻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곳을 통제하는 인공지능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구석에 몰려 꼼짝없이 죽어가야 했을지 모를 절체절명의 순간에 완성된 디타람브를 사람들은 21세기의 방주라고 불렀다.
- 『디타람브』 중에서
|
|
|
지구가 언제까지 버텨줄까?
어렸을 적에 반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을 본 적 있습니다. 십수 년 뒤의 아이들은 하늘을 칠할 때 파란색 크레파스가 아닌 회색 크레파스를 쓸 거라는 말이요. 기상 이변은 먼 미래나 다른 나라가 아닌 사실 우리나라도 종종 접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지난 봄, 유달리 일찍 찾아온 벚꽃 소식으로 준비 중이었던 전국의 벚꽃 축제가 취소되거나 낭패를 당했다는 뉴스가 한동안 시끌시끌했죠. 그리고 갑작스러운 폭우로 큰 사고가 났던 작년에 이어 올해는 더욱 기나긴, 이례적인 장마가 다가온다고 합니다. 전례 없는 기상 이변으로 어쩌면 우리는 예상보다 더 빨리 암울한 미래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
|
|
위기의 상황에도 언제나 선택의 여지는 있다
『디타람브』는 급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류는 자신들의 뛰어난 지식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먼 과거의 조상들처럼 또 한 번의 멸망이 다가오는 걸 그저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인류를 구원할 해결책이 등장합니다. 그것이 AI가 관리하는 가상 세계 ‘디타람브’입니다.
청명한 하늘, 맛있는 음식, 거리에 가득한 자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또 하나의 세계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가상 세계 디타람브의 등장 후, 인류는 현실을 포기하고 디타람브로 이주합니다. 육체는 보존시키고, 정신만 디타람브로 가 그곳에서 기상 이변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육체를 버리고 디타람브를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 상황이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건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 때문일 겁니다. 어찌할 수 없는 기상 이변에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인류는 국가에서 배급하는 콘밀로 겨우 삶을 연명하며 누가 먼저 죽음에 다다를지 다투고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 디타람브라는 선택지의 등장은 어쩌면 신의 선물일지 모릅니다. |
|
|
선택과 긍정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선택지 끝에 항상 긍정적인 결말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죠. 때로는 유일한 활로라 생각하며 걸어가던 길 끝에 갑작스러운 벽이 자리할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부작용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현실에 남은 소수를 제외하고 수많은 인류가 디타람브로 이주한 상황, 뒤늦게 기계 방주에 균열이 발견되는 것처럼 말이죠.
인류를 구원하리라 믿고 오른 방주가 사실은 인류를 멸망을 가속하는 액셀러레이터일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그 사실을 나 혼자만 알게 된다면, 그때도 희망이란 걸 품을 수 있을까요.
그 뒷이야기는 『디타람브』 속에 있습니다. |
|
|
「인터스텔라」는 작품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입니다. 환상적인 우주의 이미지와 충격적인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저도 최근까지 잊고 있었지만, 「인터스텔라」의 주 배경은 기상 이변으로 막대한 식량난을 겪는 근미래의 지구예요. 시시각각 불어오는 모래 폭풍과 병충해로 인해 식량은 떨어져 가고, 영광스럽게 이룩한 문명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며, 대다수는 살아남기 위해 농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디타람브』 속 세상처럼 멸망이 예정된 세상, 가상 현실로의 이주를 선택한 『디타람브』 속 인류와 달리, 「인터스텔라」의 인류는 우주로의 이주를 택합니다.
|
|
|
웜홀을 통해 인류가 이주 가능한 행성을 찾는다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믿고 주인공 쿠퍼는 인류를 구한다는 사명을 안은 채 우주로 떠납니다. 하지만 숭고한 선택일지라도 늘 의도한 결과를 얻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쿠퍼는 여러 위기를 겪으며 지쳐가는 건 물론이고, 어쩌면 자신의 선택 자체가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이 선택을 위해 자신의 아이들 곁에서 늙어가는 매 순간을 포기하기까지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다행히도, 영화의 메인 문구처럼 쿠퍼는 답을 찾습니다. 저는 그가 찾은 답이 그의 숭고한 행동과 어우러져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은 위기를 겪은 인류가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뻗어나가는 두 이야기, 『디타람브』와 「인터스텔라」. 두 작품을 함께 살펴보시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
|
가상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처절한 생존 게임 |
|
|
이번 넉넉레터에서는 2022년 신진 스토리 작가 공모전에 선정된 전현규 작가의 SF 소설 『디타람브』에 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디타람브』는 코로나 위기로 큰 주목을 받게 된 가상 현실이 단순히 ‘가상’ 현실을 뛰어넘어 완벽한 현실을 구현하는 대체제로 등장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디타람브로 이주할 수 없었던 용병 민혁이 우연히 디타람브에 불법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 안의 비밀과 연루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인 민혁의 시선에서 점차 규모를 키워가는 이야기의 확장성은 결말에 다다라서는 말을 잃게 할 정도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어둡고 진지한 SF 서사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
|
|
🎁끝으로 이벤트 소식 전해드립니다.🎁
1. 참여자 100% 증정 이벤트
도서 광고 SNS 인증 이벤트를 진행 중이에요!
독자님 피드백 중에 도서 광고가 어디 있는지 못찾겠다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지하철 2호선은 전동차 내부에, 지하철 5호선과 7호선은 각각 광화문역과 신논현역 개찰구 근처 대형 전광판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 선정작 광고가 나가고 있어요.
꼭 확인하시고 이벤트도 참여해 모두 선물 받아가세요! (광고 이미지는 아래 참조) |
|
|
2. 피드백 추첨 이벤트
지난 6주 동안 넉넉레터를 통해 총 6권의 신간 소개가 나가고 있는데요,
지난 넉넉레터를 놓치셨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다음 넉넉레터는 한 주 쉬고 당첨자 소식과 함께 넷째 주 금요일에 찾아뵙습니다.
그전까지 많은 이벤트 참여 바랍니다! |
|
|
독자님! 오늘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넉넉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FEEDBACK을 통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
|
넉넉레터 KnockKnock@gozknock.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