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전하는 넉넉(Knock Knock)레터입니다.
여러분은 상상하는 걸 좋아하시나요? 저는 평소에도 곧잘 상상에 빠지곤 해요. 지루한 시간도 잘 흐르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요. 네? 영양가가 없다고요? 그냥 시간 낭비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죠.
만약 그 상상을 현실에 쏟아낼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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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민 사연은 황당무계했다. 자신과 만나면서 몰래 전 여자 친구와의 만남을 지속하는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싶은데 복수할 방법을 알아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연 아래에는 허 실장이 고안해낸 가상의 시나리오가 적혀 있었다.
글을 읽은 정 프로는 쿡,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니까 제가 이 여성분을 오랫동안 찾아왔던 것처럼 연기하면 된다고요?” “네.” “홍대 카페에 이 커플이 앉아 있을 건데. 제가 갑자기 난입해서 10년 전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연기하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정 프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푸핫, 소리 내어 웃었다. 누가 봐도 몰래카메라를 의심할 법한 이야기였다. “아, 그리고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동작이나 말을 크게 해주세요. 노이즈가 발생하면 발생할수록 좋을 것 같거든요.” 허 실장은 양복 주머니 안에서 현금으로 십오만 원을 꺼내며 의뢰인의 사연과 접수된 신청서를 건넸다. “하신다면 선금부터 드릴게요.” 얼굴에서 웃음기가 걷힌 건 그때였다.
- 조혜린, 「헤어져드립니다」, 『이달의 장르소설6』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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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지금은 바야흐로 작가의 시대.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글 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친한 친구는 언젠가부터 N잡에 취해 웹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고요, 평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직장 동료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뿐인가요? 책과는 영 담을 쌓은 듯 보이던 부장님은 이번 봄에 재테크 노하우를 담은 자기개발서를 출간한 계획이랍니다. 누구나 쉽게 쓰고 쉽게 책을 내는 시대,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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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의 나래에 빠진 적이 있을 겁니다. 지루한 수업 시간에,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등 상상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머나먼 어딘가로 데려갑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좋아하는 연예인과 지독하게 얽히는 로맨스, 나를 화나게 하는 누군가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스릴러, 어제 읽던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다음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를 상상하곤 하죠. 처음엔 말도 안 되지만, 상상을 이어가다 보면 제법 괜찮은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점점 등장인물이 늘어나고, 이야기에 살이 붙더니, 마지막엔 제법 그럴싸한 결말까지 나오게 되죠. 그러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책으로 내도 괜찮겠는데?'
내가 만든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거 나만 알기 아깝다. 지금 나온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데, 아니, 오히려 더 재밌는데? 하는 생각 말이에요. 자신감이 막 충만해지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분이 거기서 멈추더라고요. 막상 글로 쓰자니 영 익숙지 않고,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상상 속에만 있던 글을 현실로 꺼낸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나거든요. ‘이게 정말 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하지만 아깝지 않나요? 그 재밌는 이야기를 여러분의 머릿속에만 두기가, 나 혼자만 독자로 있기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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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경계가 아닌 쭉 뻗은 도로
많은 사람이 ‘장르’라는 말을 들으면 덜컥 겁부터 먹습니다. 미스터리 SF, 판타지, 로맨스…….
뭔가 특별하고, 달라야 하고, 고유의 무언가를 집어넣어야만 할 거 같죠. 장르를 가져다 대면 무한히 뻗어나가던 상상력이 움츠러듦을 느낍니다. 하지만 장르는 의외로 이야기를 가두는 경계가 아니에요. 오히려 이야기가 어디든지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잘 닦인 도로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장르라는 포장지가 있다면 멋진 한 편의 소설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보면 장르는 잘 닦인 도로이자, 어떤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닌 하나의 작품임을 알리는 포장지라고도 할 수도 있겠네요.
예? 믿기지 않는다고요? 진짜라니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읽어본 장르소설 중에는 웃는 법을 모르는 데다 슬플 때는 손뼉을 치고, 즐거울 때는 방귀를 뀌는 외계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갑자기 한순간에 엘리베이터 속 거울이 되었는데 보고 듣고 느끼고 말도 할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뭔가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이 이야기들, 의외로 재미있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난 한 편의 소설이 될 수 있어요.
어떤 이야기라도 일단 가져와 보세요. 그저 상상으로만 가둬두기엔 이야기가 너무 아깝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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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는 영국의 지상파 TV 채널 ‘채널 4(Channel 4)’에서 방영하는 옴니버스 드라마로, 근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저도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요. 한 편으로 끝나는 짧은 에피소드를 정신없이 보다 보니 주말이 훌쩍 가버리더라고요. ‘뭐야, 내 시간 돌려줘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니까요.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건 재미도 재미지만, 짧은 이야기가 가져야 할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쉬운 설정, 빠른 사건 전개, 흡인력 있는 스토리,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반전까지! SF 요소가 강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소재와 이야기가 굉장히 다채로워 볼거리도 많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처럼 주말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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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의 최전선을 달리는 여섯 가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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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이달의 장르소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이달의 장르소설』은 매달 열리는 공모전을 통해 출간되는 단편 장르소설 소설집이에요.
저희는 이 소설집이 작가에게는 보다 쉽게 작품을 선보이는 장이, 독자에게는 장르적 재미를 해갈하는 단비가 되어 장르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벌써 김유정신인문학상을 수상하신 소향 작가님, 매일신문 시 부문으로 등단하신 김옥숙 작가님을 포함해 많은 작가님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계신답니다.
장르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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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오늘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지난번 뉴스레터에 많은 분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보내주셨는데요.
『청년 주부 구운몽』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신 분이 많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남동생의 공부를 위해 자신의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는 분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어머님께서도 많이 미안해하신다는데, 지금은 그 서운함이 옅어지셨길 바랍니다.
이번 뉴스레터 관련해서도 가볍게 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지금까지 넉넉레터의 김PD였습니다.
오늘도 넉넉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다음 뉴스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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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레터 KnockKnock@gozkn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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