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전하는 넉넉(Knock Knock)레터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아탐구 콘텐츠가 열풍입니다.
자아탐구 욕구를 근간에 둔 심리 테스트가 일종의 게임처럼 재밌는 콘텐츠가 되었고,
나아가 밈을 생산하며 우리의 일상에 틈입한 거죠. 대표 격인 MBTI는 유행하다 못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잖아요. 요즘은 자신의 MBTI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이쯤에서 한 가지 비밀을 풀어놓습니다.
사실, 저는 한 번도 MBTI 검사를 해보지 않았어요.
외계인 아니냐고요? 맞는 것 같아요. 다들 경악을 하더라고요. (^^;)
물론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지극히 소심한 이유 때문입니다.
어쩐지 제 성격 유형을 알게 되면 그 안에 갇힐 것만 같달까요?
제게는 MBTI가 진정한 자아탐구를 가로막는 차단막으로 여겨지는 셈이죠.
대신, 저는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해야 나를 온전히 알 수 있을까요?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가벼운 추리 형식으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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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이상해.”
“그럼 전부 사람일지도 몰라.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이상하잖아.”
시온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해받기 어려운 면이 하나쯤은 있다며 연하게 웃었다. 엘리베이터를 놀이기구처럼 즐기는 그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듯이 누군가는 성격이 고약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마음이 지나치게 유약할 수도 있고, 또 어떤 누군가는 엉뚱한 것에 집착할지도 모른다며 말이다. 사람다움에는 공식이 존재하지 않기에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러니 시온은 내게 말했다. 타인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한다는 건, 그 복잡한 면들을 다 포용하고 끝내 자신까지도 포용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그렇다면 휴머노이드에겐 그 용기가 없겠네?”
“그럴지도.”
- 『사탕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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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게임을 시작합니다
가정해보겠습니다. 세상은 멸망했고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예요. 재난이 미치지 않지만 식량이 없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고요.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잘만 하면 이곳에서 안온하게 영생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미션은 단 하나. 우리 사이에 숨어든 휴머노이드를 찾아야 합니다. 인간에게 이용당하다 부서질까 두려워 모습을 감춘, 이기적인 ‘캔디 인간’을요. 그 녀석을 찾아내 영생의 보석을 캐 오도록 시켜야 해요. 아참, 잊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캔디 인간 후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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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물음, 네가 캔디 인간이지?
쉽겠네요! 인간답지 않은 존재는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요. 일단 인간을 미워하는 당신이 가장 의심스러워요. 인간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혐오를 뿜어대고 있잖아요. 그런데 나약한 모습을 숨기려 애써 강한 척하는 저 사람도 의심스럽네요. 무엇도 혼자 해내지 못하고 남에게 의존하는 그 옆 사람도 의심스럽고요. 가만 보니 하나같이 전부 이상해요. 쉽겠다는 말은 취소. 아무래도 이래선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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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물음, 너는 캔디 인간이 아니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게요. 인간임이 분명한 사람을 먼저 가려내야겠어요. A는 인간이에요. 오래전부터 제 곁을 지켜주었거든요. 지금까지 그와 함께한 시간들이, 그가 제게 보여준 모습들이 거짓일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A의 옆구리는 정말 말랑하고 따듯해요. 인간이라는 명백한 증거죠!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다들 그렇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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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물음, 나는…… 누구지?
제가 캔디 인간이 아니냐고요? 에이, 장난하지 마세요. 여기 저보다 인간다운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요. 저는 캔디 인간과 달라요. 무엇이 다르냐고요? 타인을 함부로 미워하지 않고, 애써 강한 척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아니다.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어요. 돌이켜 보니 무엇이 휴머노이드다운 건지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누가 캔디 인간인지 묻는 대신, 인간이란 무엇인지 먼저 묻고 ‘나’에 대해 알아봐야겠어요.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요.
* 『사탕비』의 초중반부 내용을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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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알쓸인잡>은 세상의 모든 인간을 탐구하는 지식 콘텐츠입니다.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김상욱, BTS RM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많은 화제를 낳은 프로그램이에요.
총정리 편의 소주제는 ‘자아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이 회차에서 김상욱 교수님은 “‘나’라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 수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셨어요. 현대 과학의 관점으로 보면 자아란 뇌가 인지하는 자극을 묶어주는 체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살짝 어렵나요? 그래서 김영하 작가님이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자아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라고요. 변치 않는 무언가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뜻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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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여전히 궁금한 우리, <알쓸인잡> 그리고 『사탕비』와 함께 인간에 관해 떠들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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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삶의 의미는 직접 정해. 네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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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비』는 1·2회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2021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문학상 최우수상, 6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등을 받으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은 청예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를 출간하며 세상 모든 아빠를 움츠러들게 한 작가님은 쉬지 않고 『이달의 장르소설7』에 「찬란한 죽음」을, 『이달의 장르소설8』에 「엔젤아줄」을 수록하는 등 누구보다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사탕비』는 이러한 작가님의 내력을 고스란히 흡수해 탄생한 문제작이에요. 달콤한 표지와 달리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강렬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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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탐구에 진심인 여러분, 『사탕비』의 아름답고 잔혹한 세계에서 진짜 자신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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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오늘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의 MBTI는 무엇인가요?
MBTI와 관련된 사연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자아탐구와 관련된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지난번 『곳비 꽃비』 뉴스레터에 남겨주신 피드백을 보고 정말 힘을 얻었습니다.
항상 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오늘도 넉넉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다음 뉴스레터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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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레터 KnockKnock@gozkn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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